금 아쉽다고 해야하겠군."
"형님!"
단호한 동생의 표정을 보고 제르아는 씁쓸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자신은 언제나 이렇게 먼저 이성적인 판단을 해버리게 되고 그것을 말에 옮겨 버린다. 하지만 그의 동생은 그보다는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여려 보일 수 있고 물러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는 자에겐 분명, 필수 불가결한 부분일 것이다.
"미안하다. 나는 언제나 조금,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해버리지. 말이 좀 지나쳤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지는 않겠다. 때로는 나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아니, 사과하실 필요까지는…."
"괜찮다. 그렇기에 너에게 공작의 직위를 물려 받으라 말한 거니까. 나는 어디까지나 네 밑에 있는 사람이다. 네게 바라는 건 내 의견을 들어달라고 말하고, 심사 숙고해달라는 것 뿐이다. 너는 수많 가지의 의견을 듣고 가장 올바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면 돼."
"………."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 루브라는 엘프는 사히드라는 안 좋은 카드를 가지게 된 우리 공작가에 그것을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페이스님께 버금가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자라면, 그리고 그 힘을 누구를 위해서든 쓸 마음이 들게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부디 제 의견을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알겠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제르아의 얼굴에는 역시나 아쉽다는 듯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사야로서도 더 이상 물러날 생각은 없다.
"고집을 피워 죄송합니다."
"아니. 그것이 네 의지라면 따르겠다. 나 역시 네비즈 공작가의 일원이니까."
아사야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마지키르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만일 아사야가 제르아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그 뒤에 벌어질 일이 조금,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루브의 대변인은 아니지만, 그가 만일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화를 듣고 있다면 길길이 날뛸 것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아사야가 고집을 피워 주는 것이 고맙게 생각될 따름이다. 물론, 제르아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감하고는 있지만 페이스와는 달리 루브는 어느 누구도 제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형제들의 대화는 어느덧,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궁정 소식과 각지의 병력 차출 문제로 넘어가 있었다.
"근위대를 제외하고, 친위기사단에까지 동원령이 내려져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 일주일전에 폐하께서 직접 친위기사단에 칙명을 내리셨다. 나 역시 함께 출전하게 될 것이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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